[앵커멘트]
경남의 한 공공기관이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하려던 공문서 일부가 도로가에서 발견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폐기 위탁 업체 차량이 실수로 서류 더미를 도로에 떨어뜨렸다는 해명인데, 주민등록번호나 통장 계좌 번호 등 개인 정보가 담긴 공문서를 어떻게 이 처럼 소홀하게 취급했는지, 박종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반국도 3호선이 지나는 경남 산청의 참전 기념 공원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임택종 씨는 이주일 전 이곳을 지나다 쓰레기로 보이는 자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안에는 경남 산청교육청이 각급 학교의 시설 보수 공사 등을 하면서 작성한 계약서 등이 담긴 지출증빙서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교육청과 거래한 특정 업체의 이름은 물론 계약 내용과 금액 등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무엇보다 업체 관계자의 주민등록번호나 통장 계좌 번호 등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임택종, 공문서 발견자]
"그래서 누가 쓰레기를 여기다 버렸나 싶어서 일반 쓰레기라 생각하고 발로 건드려 봤더니 일반 쓰레기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안을 뒤져 보니까 교육청 서류더라고요. "어찌된 영문인지 공문서를 들고 해당 교육청을 찾아가 봤습니다. 기록물의 관리를 맡고 있는 부서에서는 공문서가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교육청이 부랴부랴 확인한 결과 지난달 말 보존 기간이 지난 공문서를 폐기하기 위해 외부 위탁 업체가 1,300kg가량의 공문서를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도로에 떨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록물 폐기와 관련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교육청에서 받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령 해설집입니다. 여기에는 기록물 폐기를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할 경우 기록물 폐기가 완전하게 이뤄질 때까지 관련 공무원이 입회·감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주 해당 업체가 문서를 운반할 때 관련 공무원이 폐기 장소까지 동행했을까?
[인터뷰:관련 부서 공무원]
"법적 근거를 해서 저희가 폐기하고 반출을 뭐 직원이 따라가서 한다 이 건 없고요. "법령 해설집에 나와 있는 내용을 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법령해설집의 내용을 해당 부서의 다른 공무원에게 제시하자 이번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인터뷰:담당 부서 공무원]
"입회한다는 게 우리는 전문 용역 업체에 인수인계하는 것, 여기에서 넘기는 과정까지를 폐기절차가 끝나는 것으로 본다 그렇게 이제 해석한 거지요. "법령 해설집은 권고안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 사항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해설집의 권고를 따랐다면 소중한 개인정보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문서 폐기를 맡았던 위탁 업체와 산청 교육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또 산청 교육청의 상부 기관인 경남교육청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박종혁